편안한쉼터 입니다.


제목: [영상기획(88)]낙화 -이형기(낭송:강진주)

영상 & 낭송시


글쓴이: 개울

등록일: 2009-03-01 18:46
조회수: 2090 / 추천수: 90


 

낙화 -이형기(낭송:강진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 [詩 감상:문태준·시인]

  • 꽃이 지고 있다. 손에 꼭 쥐었던 것을 놓아버리고 있다.
    어떤 꽃의 낙화에는 만행을 떠나는 수행자의 뒷모습이 있다.
    미련 없이 돌아서기 때문에 낙화에는 구차함도 요사스러움도 없다.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이별은 등 뒤를 허전하게 만들고, 며칠 눈물을 돌게 할 것이다.
    그러나 제때에 떠나감은 말끔하고 쾌적하다.
  • 새잎이 돋고, 줄기가 힘차게 뻗고, 꽃이 벙글고, 벌이 꽃의 외곽을 맴돌고,
    비로소 어느 아침에는 꽃이 '하롱하롱' 지고, 꽃의 시간을 구구절절 기억하며 열매가 맺히고,…
    우리의 몸과 마음도 이 큰 운행을 벗어나기 어렵다.
  • 부귀는 빈천(貧賤)으로 바뀌고, 만남은 이별로 바뀌고, 건강은 늙고 죽음을 초래한다.
    시시각각 바뀐다. 그래서 이런 것에는 견실성이 없다.
    견실성이 없으므로 집착할 것이 못 된다.
    불교에서는 "온갖 사물은 다 없어질 것이어서 공중의 번개 같고, 굽지 않은 질그릇,
    빌린 물건, 썩은 풀로 엮은 울타리, 모래로 된 기슭과 같다"고 했다.
    이형기(1933~2005) 시인의 초기 시에 속하는 이 시는 집착 없음과 아름다운 물러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이형기 시인은 1950년 시 〈비오는 날〉을 잡지 《문예》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그때 그의 나이 17세. 최연소 등단기록이었다.
    "시(詩)란 본질적으로 구축해 놓은 가치를 허무화시키는 작업이야. 시에 절대적 가치란 없어.
    자꾸 다른 곳으로 가는 팔자를 타고난 놈들이 시인이야.
    그 무엇이건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려는 정신의 자유 말이야."
    그는 시 창작뿐만 아니라 소설, 평론, 시론, 수필 등에 이르기까지 열정적인 창작활동을 펼쳤다.
    초기에는 자연 서정을 선보였으나 현대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악마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시 세계로 나아갔다. 그는 한국시사에서 사라짐에 대한 존재론적 미학을 선보였다.
  • "빈 들판이다/
    들판 가운데 길이 나 있다/
    가물가물 한 가닥/
    누군가 혼자 가고 있다/
    아 소실점!/
    어느새 길도 그도 없다/
    없는 그 저쪽은 낭떠러지/
    신의 함정/
    그리고 더 이상은 아무도 모르는/
    길이 나 있다 빈 들판에/ 그래도 또 누군가 가고 있다/
    역시 혼자다."(〈길〉)
  • "고독과 고통은 시인의 양식"이라고 말했던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랜 투병생활을 했다.
    그러나 고통스런 병석에 있으면서도 그는 아내의 대필로 시를 계속 창작했다.
    그는 슬픔에 휩싸인 사람들을 위로하며 이렇게 아포리즘을 남겼다.
    "슬퍼할 수밖에 없는 일이 이 세상에는 적지 않다. 그때는 슬퍼해 봐도 물론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슬퍼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슬픔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슬픔은 가장 순수하고 따라서 값지다."

[게시물소스보기]
       
아설타   2009-03-02 11:32:41
사춘기 시절에 이형기님의 낙화가 좋아 늘 애송하고,
펜팔을 할 적에도 고이 적어 보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즐겨 듣고요.
강진주 낭송가님의 낭송으로 다시금 즐겨 듣게 해주신
경울님께 감사드려요.
배꽃아씨   2009-03-10 13:24:38
개울님께서 너무나 멋진 작품을 올려 주셨네요.
떨어지는 꽃잎을 타고 흘러 내리는 방랑시인의 모습이 퍽 인상적입니다.
화면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지는 낙화....
우리네 인생도 저 떨어지는 꽃잎과 같은 것을......

강진주 낭송가님의 고운 음성과 함께
개울님께서 빚어내신 아름다운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권한이 없는 회원레벨
     
번호 Category  글쓴이 제목 등록일 추천 조회
88 영상 & 낭송시
 野生花
 우울한 샹송/이수익.....낭송:이혜선  3 2009-05-13 63 1681
87 영상 & 낭송시
 까치,장지태
 비 그리고 그리움/시,최수월/낭송,이진숙  3 2009-05-11 70 1601
86 영상 & 낭송시
 野生花
 그 사람을 사랑 했었네/양현주......낭송:이혜선  5 2009-05-07 73 1301
85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도시의 민들레/야생화.....낭송:한송이  6 2009-05-06 55 1621
84 영상 & 낭송시
 까치,장지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시,김재진/낭송,고은하)  2 2009-05-05 73 2176
83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미안하다/이상희......낭송:이혜선  4 2009-04-28 80 1196
82 영상 & 낭송시
 野生花
 길.2/강진규....낭송:전미진  3 2009-04-28 64 1189
81 영상 & 낭송시
 野生花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도종환......낭송:최경자  3 2009-04-27 70 1375
80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백만송이 장미 / 양현주.....낭송 이혜선  3 2009-04-25 131 1388
79 영상 & 낭송시
 野生花
 그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송호준.....낭송:최경자  8 2009-04-24 85 1526
78 영상 & 낭송시
 野生花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 이채......낭송:이혜선  3 2009-04-23 70 1262
77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나의 시에게 / 화림 이세종.....낭송:한송이 2009-04-21 57 1173
76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봄의 배달부인가 했드니/바위와구름......낭송:한송이 2009-04-21 57 1047
75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벙어리 꽃 / 화림 이세종......낭송:한송이 2009-04-21 61 1016
74 詩 & 낭송파일
 강진규
 길.2/강진규(낭송-전미진) 2009-04-18 62 1170
73 영상 & 낭송시
 野生花
 그대 봄비처럼 오시렵니까 /김설하..... 낭송 이혜선  3 2009-04-17 71 1255
72 영상 & 낭송시
 개울
 이별..그리고 기다림 속에서 - 글,낭송: 김미경  1 2009-04-16 63 1109
71 영상 & 낭송시
 野生花
 기다림/강진규.......낭송-전미진  1 2009-04-16 62 1130
70 영상 & 낭송시
 강이슬
 사랑으로 오신 당신은~ 강이슬/낭송~고은하  1 2009-04-09 62 1435
69 영상 & 낭송시
 ♣해바라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시 : 유진하 / 낭송 : 김춘경 2009-04-09 66 1473
68 영상 & 낭송시
 野生花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낭송:이혜선  3 2009-04-06 56 1736
67 영상 & 낭송시
 野生花
 그리움, 너를 만나면/ 강진규.......낭송 이혜선  8 2009-04-01 70 1375
66 영상 & 낭송시
 野生花
 중년의 가슴에 찬바람이 불면 / 이채.......낭송 이혜선  5 2009-03-28 154 1919
65 詩 & 낭송파일
 임숙영
 한 사람을 사랑했네/ 이정하 낭송 : 김동현  3 2009-03-26 98 1572
64 詩 & 낭송파일
 강진규
 기다림/강진규(낭송-전미진) 2009-03-24 61 1250
63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봄비 / 한송이.....낭송:한송이 2009-03-23 58 1010
62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봄의 향연 / 정창화......낭송:한송이  1 2009-03-22 75 1121
61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봄의 뜨락에서/김윤진......낭송:한송이  3 2009-03-21 59 1344
60 詩 & 낭송파일
 野生花
 아침향기 / 이해인......낭송:한송이 2009-03-19 53 1269
59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님의 노래 / 김소월 (낭송:한송이)  1 2009-03-19 77 1465
58 영상 & 낭송시
 野生花
 안개/강진규.........낭송:전미진  3 2009-03-19 77 1127
57 영상 & 낭송시
 이수웅
 기도 / 한송이.....낭송:한송이 2009-03-19 57 1087
56 詩 & 낭송파일
 강진규
 안개/강진규(낭송-전미진) 2009-03-17 56 1141
55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두물머리 강 언덕에서/ 청명 김태수......낭송:이혜선  4 2009-03-14 65 1353
54 영상 & 낭송시
 野生花
 한 / 송호준.....낭송:이혜선  7 2009-03-14 83 1407
53 영상 & 낭송시
 野生花
 산다는 건/강진규......낭송:전미진  2 2009-03-11 65 1290
52 詩 & 낭송파일
 강진규
 산다는 건/강진규(낭송-전미진)  2 2009-03-10 72 1305
51 영상 & 낭송시
 野生花
 아침 엽서/오순화.......낭송:최경자  8 2009-03-05 59 1440
50 영상 & 낭송시
 野生花
 흐르는 강물처럼 그대에게로 / 정창화.....낭송 이혜선  6 2009-03-03 155 1852
영상 & 낭송시
 개울
 [영상기획(88)]낙화 -이형기(낭송:강진주)  2 2009-03-01 90 2090
48 영상 & 낭송시
 野生花
 죽음/강진규......낭송-한송이  3 2009-03-01 84 1524
47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또 하나의 이별을 위하여/동목 지소영......낭송 이혜선  5 2009-03-01 71 1298
46 영상 & 낭송시
 野生花
 사랑하는 내 딸아 / 송호준......낭송:최경자  6 2009-02-28 83 1652
45 詩 & 낭송파일
 강진규
 죽음/강진규(낭송-한송이) 2009-02-26 75 1329
44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내 생애 가장 소중한 당신에게/ 정창화...........낭송 이혜선  4 2009-02-26 86 1288
43 영상 & 낭송시
 野生花
 아침 꽃밭/강진규.....낭송:이혜선  7 2009-02-21 138 1817
42 영상 & 낭송시
 野生花
 고조곤한 삶 속에서/송호준......낭송:최경자  11 2009-02-21 149 2061
41 영상 & 낭송시
 野生花
 그리움이 나를 아프게 해요 / 김설하......낭송 이혜선  6 2009-02-14 140 1876
40 영상 & 낭송시
 野生花
 봄비.1/강진규......낭송:전미진  6 2009-02-14 98 1612
39 영상 & 낭송시
 野生花
 헛 소리 한번에 삼십년이 일어나/박민흠..........낭송:청랑 김은주  4 2009-02-14 156 2111
      
 1   2   3   4   5   6   7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DQ'Style